[책리뷰: 베스트셀러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지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지음 -
핑크색 표지가 예쁜 책.
난 확실히 표지가 예쁘거나 특이하면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순례 주택 책을 선택할 때도 표지가 한몫했고.) 그렇지만 이 책을 빌려서 읽게 된 제일 주된 이유는 책 제목에서 나의 궁금증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저자는 왜 죽고 싶을까? 무엇이 그를 힘들게 만드는 걸까? 그런데 그렇게 힘든 와중에 떡볶이가 왜 생각날까? 여러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이 책은 기분부전 장애(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요 우울장애와는 달리,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앓는 저자가 정신과 주치의와의 치료 기록을 글로 남긴 것이다. 사적이고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어두운 감정만 풀어내기보단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극과 극은 오히려 통한다고 하죠. 굉장히 자존심이 세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자존감이 낮아요. 자신이 없으니 다른 사람이 나를 우러러보게끔 하려고 하죠.
정말 그럴까? 우리가 보통 자존심이 강한 사람을 보면 뭔가 더 날카로워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해 감출 것이 많거나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서 있는 그 위치가 그 사람에게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즉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존감은 낮다는 것이다. 반면에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위축되거나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쿨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저자가 그토록 바라는 갖고 싶은 마음 같다.
누군가의 말보다 자신이 좋고 기쁜 게 더 중요하죠.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보다는 내 욕구를 먼저 충족했으면 좋겠어요.
보통 꿈이 현실이 되기 전에는 '이뤄지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만약 꿈이 이뤄졌을 때도 그때의 마음이 생겨난다면, 지금의 삶은 보너스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내가 무언가가 부러울 땐,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어릴 때의 기준으로는 지금 현재의 자신은 굉장히 성공한 인생일 수 있는 것이다.
감정에도 통로가 있어서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자꾸 닫아주고 억제하면 긍정적인 감정까지 나오지 못하게 된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좋지 않은 감정이라 치부하고 마음 저 깊은 곳에 묻어두고 회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그렇게 묻어만 두어도 문제는 없을까? 책 속의 저 말처럼 감정에도 통로가 있어서 부정적인 감정을 자꾸 억제하면 긍정적인 감정까지도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맞는 말인 것 같다. 부정적 감정이라도 표현하거나 드러내지 않는다면 점점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게 우리가 다양한 감정들을 드러내야 하는 이유아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제 3자의 시점에서 바라봤다. 나는 우울증도 없고, 삶이 무기력하지도 않고, 죽고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 삶이 좋고 하나의 목표도 이루었으며, 생활에 지장을 주는 큰 고민도 없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힘듦이 안타까웠고 등을 토닥토닥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행복한 나조차도 책의 일부분 이었던 저 대목에서는 공감을 느꼈다.
나는 문창과(문예창작과)를 나왔고 출판사에 다니니까 남들과는 다른 대단한 것을 보여줘야해.
나는 인정욕구가 강한 편이라 조직생활에서 돋보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출중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동료들보다 더 잘하고 싶고 돋보이고 싶고 나보다 더 출중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나타나면 질투를 하게 된다. '아무렴, 어때. 난 내 스타일대로.'를 되뇌이지만 결국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것 또한 나의 자존감을 더 높이면 나아질까?
남들에게 보이는 것도 중요한 세상에서 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시점인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감정을 경험하고 솔직하게 드러내야 각각의 감정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듯이, 나의 감정을 진실되게 거르지 않고 표현하는 연습도 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