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기록: 책 정리

[청소년: 추천도서] 귤의 맛, 조남주 지음

똥그란정선생 2022. 11. 4. 09:35

 


귤의 맛

- 조남주 지음 -


표지

오늘의 책 리뷰는 '귤의 맛'


귤의 맛? 제목만 보고는 전혀 줄거리를 가늠하지 못했다. 왜 제목이 귤의 맛일까? 맛없는 귤은 세상 싱거우면서 밍밍하고 맛있는 귤은 새콤 달콤하다. 그런데 그게 표지에 걷고 있는 소녀와 무슨 관계일까? 제목을 통해 내용을 유추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해지고 더 빨리 읽어보고 싶었다. 82년생 김지영을 집필한 조남주 작가의 소설이기도 하고 과연 청소년 소설을 어떤 필체로 적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책의 첫 장을 넘겼을 때 이미 나는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귤의 맛 줄거리]


귤의 맛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소란, 다윤, 해인, 은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란, 다윤, 해인, 은지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친구들이다. 이 책은 그들이 왜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 회귀하는 과거 이야기이다. 제각기 다른 성격으로 여러 가지 다툼과 갈등이 발생하긴 하지만 그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성장하는 이야기다.
신입생의 대부분은 스스로 희망하지 않는 신영진고. 특목고 입시에 실패했거나 1 지망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2 지망 학교가 바로 신영진고등학교이다. 열여섯 2월의 어느 밤, 한 달을 졸라 떠나게 된 제주 여행에서 소란, 다윤, 해인, 은지는 꼭 함께 신영진고에 가자며 아이들의 가장 중요한 것을 걸고 약속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은 아주 작은 의심까진 털어 내지 못했다. 그 의심은 타인을 향한 것이기도 했고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다윤은 모범생이다. 담임선생님은 영어를 잘하고 좋아하는 다윤이 외고를 가길 희망했고 다윤의 특목고 입시를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하지만 다윤에게는 남모를 걱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윤의 동생, 다정히 아픈 것이었다. 다정의 기침이 멈추지 않고 숨까지 가빠지자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었고 엄마의 모든 신경은 동생에게 가있었다. 외고 면접 아침, 다윤은 면접을 치르기 위해 교문 앞에 섰고 그 순간 다정이 많이 아프니 응급실로 빨리 오라는 문자를 받게 된다. 다윤은 그렇게 면접을 포기한다.


소란은 초등학교 친구들이 교육열이 높고 학원이 많은 서울 다난동으로 이사를 갈 때마다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였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는 두 명 중 한 명이었던 소란은 나머지 남은 한 명 친구인 지아와 어릴 때부터 절친이 된다. 그렇게 중학생이 된 둘은 같은 학원을 다니며 우정을 쌓지만 결국 지아도 다난동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너무 슬프지만 학원 시간 앞뒤로 떡볶이도 사 먹고 놀이터에서 놀 수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란과 지아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고 잠시 화장실을 가겠다던 지아가 돌아오지 않자, 소란은 상영관의 문을 열고 나갔고 지아의 현실 모습을 맞닥뜨리게 된다. 뮈하냐고 묻는 소란의 물음에 지아는 한동안 대답이 없다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요즘 늘 바쁘고 영화를 마음 편하게 볼 다음은 없어. 나 너무 졸려, 소란아.

둘은 더 이상 주말에 만나지 않았다. 지아는 학원을 옮겼고 통화와 메시지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연락이 끊겼다.


해인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전부터 아빠는 중국에 미용 관련 제품을 수출하는 일을 했다. 아빠의 사업으로 부유한 생활을 하던 중 아빠와 공동대표가 될 예정이던 교포 2세 사업가가 아빠의 투자금을 모두 가지고 사라지면서 가족의 안정과 행복은 함께 사라졌다. 해인이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은 원래 살던 아파트 맞은편 오래된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한다. 그러던 중 큰 이모가 해인에게 가람여고를 갈 것을 추천했고 큰 이모랑 사는 집으로 주소를 변경해놓는다. 가람여고는 다난동에 있는 지역 자사고이므로 서울 거주자 및 서울 소재 중학교 졸업 예정자만 원서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람여고 자체 조사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발각되고 해인은 큰 이모, 아빠와 달리 오히려 후련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은지는 6학년이 되면서 신영진으로 이사 왔다. 엄마,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 은지는 이사 오기 전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학폭위에서 가해자였던 하은에게 서면 사과와 특별교육, 분반 처분이 내려졌고 하은은 은지에게 사과 편지를 전한 후 이사를 하고 전학을 가버린다. 은지는 하은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 정말 친했는데 갑자기 자신에게 왜 그랬냐고. 용기를 내 하은에게 전화를 건 은지는 하은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생각해 봤는데 너는 잘못한 거 없는 거 같아. 그냥, 그냥 그때는 네가 갑자기 싫었어.

은지는 그때 깨달았다. 자신이 처음으로 잘못하지 않아도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일에 영향을 받고 책임을 지고 때로는 해결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도.

이렇게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다윤, 소란, 해인, 은지는 고등학교 원서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고 서로의 마음을 의심했지만 모두 신영진고등학교에 배정되었다. 축 입학 글자와 학교 이름이 보이게 넷은 단체 사진을 찍으며 한숨을 쉬었다가 눈썹을 찡그렸다가 실없이  웃었다.


[귤의 맛 서평]

우리 인생은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고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10대 청소년기가 특히 그런 것 같다. 내가 한 작은 말 한마디와 사소한 행동 하나로인해 친구들의 미움을 사거나 뒷말이 생기는 경우가 그것이다. 정말 심각한 싸움을 한 듯 다가오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 싸움과 앙갚음의 시초를 살펴보면, A 학생이 그들의 약속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는 한 개인이고 자신의 생각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왜 모든 약속에 응해야 할까? 사실 꼭 응해야 할 중요한 약속도 아니고, 마치고 마라탕을 먹으러 가자는 약속이었다. A학생은 하교 후 마라탕을 먹으러 가지 않고 그냥 집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무리에서 제외당했다. 나머지 친구들은 SNS로 A학생을 험담하고 학교에서는 째려보았다. 결국 어른들의 중재로 그들의 각자의 이야기와 오해를 푸는 자리가 만들어졌고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평화롭게 끝났지만 그들은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소소한 갈등들이 감정이 휘몰아치는 대부분 청소년기의 성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과정이 몇 차례 지나고 나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태로 성장할까? 더 나은 어른으로 성숙하게 성장하리라 그렇게 믿어 본다.

초록 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 그리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들이 있다. 나는, 그리고 너희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