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기록: 책 정리

[초등: 추천도서] 긴긴밤, 루리 지음

똥그란정선생 2022. 10. 25. 16:15

 


긴긴밤

- 루리 지음 -



오늘의 책 리뷰는 '긴긴밤'


예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워낙 인기가 많은 책이라 쉽게 나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학년 선생님께서 이 책을 추천한다며 읽어보라 건네주셨고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라 말하고 싶다. 스토리에 따라 술술 쉽게 읽고 싶다기보다는 한 글자, 한 글자를 음미하면서 온 감정을 다 음미하며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다. 그만큼 따뜻하고 평온하며 뭉클함이 느껴진다.


[긴긴밤 줄거리]


이 이야기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 바위 코뿔소 노든과 까칠한 펭귄 치쿠, 그리고 뒤이어 검은 반점을 가진 채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이름 없는 펭귄에 관한 이야기이다.
코뿔소 노든의 말년은 극진한 대우를 받는 왕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모두 노든을 살피고 다 아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노든의 처음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든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코끼리들과의 생활이었다. 노든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코끼리들이 자신의 첫 가족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노든이 한참 지나 뿔이 어느 정도 자라났을 때쯤 그곳이 코끼리 고아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코뿔소 한 마리를 왜 보호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은 노든에게 평화 그 자체였다. 그러나 노든은 생각이 많아졌다. 그에게는 긴 코 대신 뿔이 있었고, 왜 자신에게 뿔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코끼리 고아원에 남고 싶은 마음과 바깥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코끼리들이 다가와서 말했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노든은 코끼리의 응원에 힘입어 바깥세상으로 나가기를 결정했다. 노든은 바깥세상에 나가 아주 가까이서 하얗게 빛나는 아름다운 뿔을 가진 다른 코뿔소 한 마리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가족이 되어 딸을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어둠 속에서 커다란 트럭과 인간들은 노든의 가족을 발견하게 되고, 인간들은 잔인하게 아내와 딸을 향해 총을 쏘아 노든의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부상을 입은 노든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파라다이스 동물원으로 옮겨지게 되고 그 동물원에서 '앙가부'라는 이름의 코뿔소를 만나게 된다. 노든은 어떻게 해서든 이 동물원을 빨리 빠져나가 잔인한 인간들에게 똑같이 복수하고 싶었다. 노든은 앙가부와 힘을 합쳐 탈출할 계획을 짰다. 하지만 함께 탈출하기로 했던 앙가부 마저 뿔 사냥꾼에게 총을 맞고 죽었다. 절망에 빠진 노든은 앙가부를 잃은 슬픔과 뿔이 잘린 상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마침 동물원은 불이 났고, 노든은 탈출할 수 있었으며 불길 속에서 알이 담긴 양동이를 물고 탈출하는 펭귄 치쿠를 만나게 된다. 바다를 향해 계속 걸어야 한다는 치쿠와의 동행은 매우 성가셨지만 그럼에도 노든은 성질 더러운 펭귄 치쿠가 좋았다. 노든과 치쿠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멀리 나아갈수록 수척해져 갔다. 그럼에도 치쿠는 알을 돌보는 일을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 긴긴밤 알을 품은 채 오랜 시간 잠이 들었다. 노든이 치쿠를 건드리자 치쿠의 몸이 옆으로 쓰러지더니니 숨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날 밤 작은 부리가 껍질을 깨고 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노든은 아기 펭귄에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노든은 펭귄이 잠들지 못하는 밤에 악몽을 꾸지 않는 방법, 노든의 가족과 코끼리들, 앙가부, 치쿠와 윔보의 이야기를 해주며 따뜻하게 지켜줬다. 그러던 어느 날 빗소리를 뚫고 어디선가 인간들의 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였고, 노든은 펭귄을 입에 물고 저 멀리 도망쳤다.

노든, 복수하지 말아요. 그냥 나랑 같이 살아요.

노든과 펭귄은 상처투성이였고, 지쳤고, 엉망진창이었다. 노든과 펭귄은 바다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노든은 더이상 나아지지 않을 정도로 아팠고, 인간들에게 발견되어 어디론가 이동되어 치료를 받게 된다. 그 사이 펭귄은 낮에는 몰래 숨어있고 밤에는 노든과 함께 잠을 자며 노든을 지킨다. 펭귄은 노든 곁에서 영원히 함께 살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노든은 그것을 원치 않았다.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노든의 말에 펭귄은 작별인사를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름 없는 펭귄은 노든이 지켜봐 주던 그 모습 그대로, 쉬지 않고 걷고, 달려서 절벽을 넘어 파란 세상을 보게 된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노든의 모습을 기억하며 바다를 향해 걸어간다.

[긴긴밤 서평]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먹먹해진다. 인간들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가족을 잃은 노든의 삶에 미안함과 애잔함이 느껴지고, 알 수 없는 미래지만 그래도 한걸음 더 나아가는 펭귄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삶과 너무도 닮아 있음을 깨달았다. 또, 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통과 두려움을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주면서 나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케 만든다. 책의 끝 부분에 이름 없는 펭귄이 자기 몫의 두려움을 끌어안고 바다로 뛰어들 때는 뭉클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많은 펭귄 무리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름 없는 펭귄이 담긴 마지막 삽화는 꼭 노든을 다시 만난 것마냥 그를 찾아 바라보는 애절한 눈빛 같아서 마음이 찡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는 지금도 홀로 긴긴밤을 보낸다. 그리고 두렵지만 계속 나아간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니까.